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 10월 30일자에 실린 김재권 교수님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심리철학의 세계적 권위자 답게 자신의 견해를 알기 쉽게 설명하시고 계시어, 관심은 있으나 접근하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에게 유익한 것같아 자료실에 올립니다. -------------------------------------------------------------------------
인터뷰 - 김재권교수
"몸이 복제되면 마음도 복제된다"
김재권교수는 세계 철학계에서 '사건이론', '수반이론'과 '심신문제'에 관한 논쟁을 주도해 온 인물이다. 미 프린스턴대에서 철학박사학위(1962년)를 받은 후 현재 브라운대 석좌교수로 있다. 김교수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철학회장(1988년)을 역임했으며, 미국 학술원과 프랑스 학술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대표저서 『수반과 심리철학』, 『심리철학』, 『물리계 안에서의 마음』
1. 원래 불문학을 전공하셨는데 철학으로 전공을 바꾼 계기가 무엇입니까?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서울대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미국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미국에서 불문학을 한다는 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철학을 배우면서 철학이 내 자신의 지적인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지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2. 철학자로 오래 연구생활을 하면서 철학 내부에서도 여러 분야를 섭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여정을 겪어오셨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불문학을 전공했던 만큼 처음에는 프랑스 실존주의에 관심을 가졌죠. 그러다 박사학위논문을 과학철학으로 쓰면서 강의도 그 주제로 시작했습니다. 차차 관심이 형이상학과 인식론으로 옮겨갔구요. 1970~80년대에는 당시 철학계의 핵심문제였던 심리철학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3. 선생님께서는 심리철학의 심신문제에 관련해 '비환원적 물리주의'를 비판해 온 '심신환원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비환원론적 물리주의'란 어떤 입장인가요?
먼저 '물리주의(Physicalism)'란 "존재하는 모든 것은 물질적인 것이다"라는 입장입니다. 퍼트남, 포더, 데이빗슨과 같은 대부분의 심리철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물리주의의 입장이지만 사람과 같은 복잡한 존재는 심리적 속성, 의식, 사회적 속성과 같은 비물리적 속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비물리적 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바로 '비환원론적 물리주의'입니다.
4.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비환원론적 물리주의'를 비판하시는 근거는 무엇인가요?
의식과 같은 비물리적인 속성은 물리적인 것으로 환원되기 때문에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심신환원론' 또는 '강한 물리주의'로 분류됩니다.
5. '심신환원주의'에 따르면, 인간을 물리적으로 그대로 복제할 때 물리적인 형태를 갖지 않는 비물리적 속성인 의식은 어떻게 설명되나요?
만약 인간을 물리적으로 복제한다면 그에 따라 사유능력이나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의식도 함께 복제되겠죠. 그것이 '수반(supervenience)입니다.
6. 앞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하실지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우선 대우학술재단에서 강의할 내용('극단에 선 물리주의')을 책으로 펴낼 것입니다. 그 후에는 '주관성(subjectivity)' 문제를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이수정 기자 yippee@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