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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2006-2015)

Title학회 참관기_ 2012 한국인지과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보고(이정모교수님)2023-04-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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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시대 이끌어갈 세대교체를 바라며
학회 참관기_ 2012 한국인지과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보고

2012년 06월 19일 (화) 16:27:14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심리학 editor@kyosu.net

지난 1일 열린 한국인지과학회는 저에게는 정말로 기쁜 날이었습니다. 학회 행사장의 여러 열기 어린 모습들은 한국인지과학회가, 지난 4반세기 동안의 국내 과학계와 일반인들에게서 소홀히 취급된 과거를 뒤로 하고, 국내 인지과학 제2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태어남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인지과학과 그 응용의 학문적 중요함이 드러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기초학문들 간, 인문학과 과학 간의 융합적 연결을 제공하는 새 지식, IT, game 등과의 현실적 응용 영역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새 개념의 인간-인공물의 융합을 추구하며 관련 지식을 제공하는 인지과학과 융합적 연결에 대한 토론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의 미래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새로운 개념의 미래 한국 디지털 사회 및 새로운 휴머니즘 사회의 발전을 위해 융합과학인 인지과학 분야의 여러 지식을 적극적으로 찾아 구한 ‘깨어있는’ 젊은이들의 ‘갈구’를 볼수 있었습니다. 함께 만들어낸 지적 열기였고 감동을 주는 지적 잔치였습니다.

저는 2002년에 미국 과학재단이 제시한 NBIC 미래 융합과학기술 틀을 당시 박영일 과학기술부 차관의 부탁을 받아 2003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학계, 관계, 매스컴, 일반인들이 그동안 융합과학기술틀을 왜곡해 물질과학만을 중심으로 삼아 Cogno 과학기술을 제외하고 NBI 만 거론하는 것을 볼 때마다, ‘한국이 이렇게 나가면 안 되는데’하는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소프트과학(인지과학)에 대한 한국적 경시가 가져온 결과를 봅니다. 반세기 전, 20세기 중엽에 이미 인지과학, 소프트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가적으로 또는 사립재단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던 미국의 애플, 구글, Micro soft 등의 영향력이 저리 막강해졌습니다. 반면에 국내 산업은 소프트 과학기술 면에서 멀리 뒤처져 있게 된 것이지요.

이제 지적으로 그리고 현실적 응용 추구 면에서 깨어있는 똑똑한 국내 젊은이들이 그러한 융합적 연결의 학문적 기초와 실제 응용적 연결을 찾아 인지과학회 학술대회 행사장을 찾아왔기에 어제와 같은 지적 열기를 이뤄낸 것 같습니다.

1987년에 한국인지과학회를 창립해 4반세기를 이끌어 온 한국인지과학회 제1세대는, 이제 안심하고 일선에서 물러나며 제 2세대들에게 학회와 융합에의 국내 학문적 추구를 넘겨줘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든든하고 믿음직한 학문적 제2세대를 이뤄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세기 중반에 공학,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을 수렴하여 ‘사이버네틱스’라는 영역을 창시하여 열고, ‘information’이라는 개념을 기존의 뉴턴 전통 과학기술의 중심 개념이었던‘에너지’개념을 대체해 이후 과학기술(특히 IT에)의 중심개념으로 떠오르게 하고, MIT에서 초창기의 인지과학 학문 형성을 적극적으로 인도, 지원하셨던 와이너 교수. 인지과학의 창시자의 한 분이시며 카네기멜론대 교수로 계시면서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인지과학자, 심리학자, 컴퓨터과학자, 행정학자, 경제학자, 과학 철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경영학자로 ‘20세기의 진정한 융합과학자’이셨던 1978년도 노벨경제학 수상자 사이먼 교수. 그리고 융합과학기술의 길을 가셨던 다른 선각자 인지과학자들.

그분들의 ‘인지과학과 그 응용’에 대한 통찰의 뿌리가 이제 한국에서도 굳건하게 뿌리내리고, 국내에서도 지적으로 앞선 학생들에 의해, 그리고 지적으로 깨어있어서 앞을 내다보는 기업 현장의 젊은이들에 의해 널리 인정을 받는 것을 보면서, 이제 한국 인지과학의 제1세대는 편한 마음으로 물러갑니다.

회고해 보면, 4반세기전에—아래아 한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있기도 전에—조명한 서울대 교수(심리학과)의 권유로 ‘인지과학 공동연구 제안서’를 종이에 손으로 써서 여러 차례 제출해 대우재단 측의 수락을 얻어냈었습니다. 1986년 봄부터 1년여에 걸쳐 인지과학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1987년 여름 종합 심포지엄을 열었지요. 그 뒷풀이 자리에서 공동연구 참여자들의 뜻을 수렴해 이익환 연세대 교수(영어학)의 발의로 한국인지과학회가 탄생됐습니다.

저는 학회의 초대 총무이사를 맡아 여러 가지 일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특히 두 달에 한 번씩 하드카피로 된 ‘인지과학 소식’지(뉴스레터)를 발간, 발송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의 인쇄소, 광화문의 중앙우체국을 들락날락하던 일이나, 한국인공지능연구회 창립총회나 한국교육공학회 초기 모임 등 학회모임에 ‘인지과학회’입회원서 뭉치를 들고 가서 접수대에 서서 배포하던 일도 있었지요.

2대 총무이사인 정찬섭 연세대 교수(심리학)의 제안으로 국내 최초의 ‘한글 및 한국어 정보처리’학술대회를 한국정보과학회와 1998년에 시작했습니다. 1996년에 김진형 KAIST 교수(컴퓨터공학, 현 (사)앱센터운동본부이사장)의 주도와 서정연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이
건효 박사(현 마케팅인 연구2본부상무)의 도움으로 과학기술부의 ‘소프트과학’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개발 열풍에 거의 20여년을 앞서서 제안된 ‘인지과학 응용 +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연구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언어학과)의 제안으로 1997년 제1회 국제인지과학회(ICCS)를 서울대에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1986년에 그 맑은 목소리로 대우 인지과학 공동연구에 참여하겠다고 기꺼이 승낙했고(당시는 갓 귀국해 한국외대 철학과 소속이었습니다), 후에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에 국민들의 논리적 사고 능력을 높이고자 사재를 투자해 논리적 사고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 업체를 만들기도 했던 김영정 교수도 이미 과로로 작고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1세대 인지과학 학자들이 정년퇴임해 일선에서 물러섰습니다. 이제 한국인지과학계의 제1세대로 끝까지 학회에의 미련과 애착을 못 버렸던 저도 물러갑니다.

새로운 앎을 찾아가며 인지과학 기초 이론의 탐구와 그 응용 영역의 확장이라는 힘든 지적 추구 작업을 이제 더 젊은 분들에게 넘겨주고 다음 단계의 징검다리 돌 놓기와 벽돌 놓기의 작업을 부탁하며 물러갑니다.

“우리의 마음을 깊이 울려주는 그러한 인류의 숭고한 知的 연결고리… 바로 이러한 지적 연결고리의… 고리와 고리를 이어주는 無名의 작은 한 고리로서 한 띠로서 그리고 벽돌 하나로서 나의 일생을 바치고 싶다.”

출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5473